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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write

소주의 밤

많은 사람들이 그렇 듯, 나는 술은 좋아하진 않으나 술자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어릴 땐 저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술은 싫은데 술자리는 좋다고? 무슨 말이지?'

커서 마셔본 술(대개 소주)은 너무 쓰고 맛없다. 이걸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 신기할 따름.

 

그래서 나도 술을 위한 술자리는 가급적 피하는 편이다.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다하면 보통 주문하는 소주는 아직도 내 입에 너무 쓰다. 한 잔 마신 뒤에는 물로 입을 바로 헹궈주지 않으면 마치 시디 신 레몬을 씹었을 때와 같은 표정이 나올만큼.

 

하지만 이토록 소주를 싫어하는 나 조차도 가끔은, 정말 가끔은 그게 땡길 때가 있다.

내 기억에는 인생 통틀어 10번은 될까..?

 

그 중 하루가 오늘이었다. 오늘 같이 평소보다 훨씬 고된 하루를 마치면 소주가 생각난다.

왜일까? 하루가 썼으면 더욱 달달한 무언가가 땡겨서 쓴 맛을 중화시켜줘야 하는데 또 쓴 거라니.

그렇게 땡겨서 막상 마셔보면 맛있지도 않다. 혹자들은 소주에서 단 맛을 느낀다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 같다. 마냥 쓰다. 너무 쓰다.

 

사람 입맛이 거기서 거기일텐데 저게 달다는 사람들은 뭘까? 허세인가? 싶다가도 진심으로 그걸 즐기는 그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그건 또 아닌 거 같다.

대체 저 초록병에 든 액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

이렇게 싫어하는 나도 왜 가끔은 저 쓰레기 같은 액체가 땡기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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