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릴만큼 차디 찬 물이었다.
우린 이 곳에 참 자주 왔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때 우린 여기에서 마냥 즐거웠었다. 푸르른 숲, 맑은 공기, 깨끗하고 넓은 이 계곡.
평일에 쌓인 고됨과 스트레스를 모두 털어내고도 남을 정도로 미친 듯이 놀았고 행복했다.
그때 우리는 나중에 결혼해도 다들 애기 데리고 여기서 모이자고 약속했고,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바위처럼 단단했던 우리의 우정에 금이 가에 1년이라는 시간은 충분했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나며 이 곳을 함께 할 시간은 점점 사라져갔다. 현실이었다.
누구나 각자의 이유로 나중을 기약했다.
모두가 사회초년생이기에 전쟁 같은 평일을 치뤄내고서야 겨우 맞이하는 주말은 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업무 공부, 자기계발, 부모님과의 여자친구와의 시간. 그리고 일요일 하루는 체력충전하는 데에 쓰여야 했다.
그렇게 한 달, 두달.. 이제 아무도 그 계곡에 가자고 하지 않았다.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어도, 얼굴 한 번씩 보고 싶어도 선뜻 황금 같은 주말을 내놓기란 쉽지 않았다.
신입사원에게 주말이란 그 어떤 사람의 주말보다 더욱 값지니까.
비교적 주말이 한가했던 나는 혼자 계곡을 찾았다.
운치와는 다르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계곡이라 세 가족만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늘 물에 발을 담그고 컵라면을 먹기 위해 앉았던 바위 위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오른손 손가락을 펴서 두 마디 쯤 물에 손을 담궜다.
이 물이 이렇게 차가웠던가? 수십번 물놀이를 할 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한 차가움이다.
시릴만큼 차디 찬 물이었다.